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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마가복음

기적이 일상이 될 수 있을까?(마가복음 8장 14~21절)




기적이 일상이 될 수 있을까?

(마가복음 8장 14~21절)

2019년 3월 18일 월요일 아침, 이춘성



매일 가족과 아침 식사 후에 함께 읽는 말씀 묵상 잡지는 짧지만 가족의 영적인 식사를 책임지는 귀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종종 말씀해설을 쓰시는 목사님들이나 교수님들도 실수하실 때가 있다. 오늘 말씀은 좀 난해한 본문이라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말씀은 오천 명과 사천 명을 먹이시고 12바구니와 7바구니 가득 빵을 남기신 사건,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있다. 제자들과 예수님은 배를 타고 벳새다로 건너가고 있는 중이었다. 말씀의 시작인 14절에서 성경 저자는 배에는 빵이 없다고 밝힌다. 제자들이 빵 바구니를 두고 왔다는 것이다. 16절에는 제자들이 그들의 입으로 이를 확인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게 저자는 14절 후반에서 배에는 빵이 유일하게 하나 남아있었다고 말한다. 이 말씀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이다. 


오늘 말씀 묵상 설명에는 빵이 하나밖에 없어서 다 먹을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16절의 설명을 무시하는 해석이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여러 부연 설명을 할 수 있지만 제자들이 밝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더하여 헬라어 원문에는 “εἰ μὴ ἕνα ἄρτον οὐκ εἶχον” 직역하면 “그들은 빵 하나를 제외하고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로 번역된다. 이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 ‘빵 하나’를 강조한다. 그러면 그 유일한 하나의 빵(the only one loaf)이란 무엇일까? 이것은 동일한 사건을 기록한 요한복음 6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생명의 빵인 예수님 자신을 가리킨다.


예수님은 배고픔에 두고 온 빵을 추억하고 아쉬워하는 제자들을 향해 “바리세인과 헤롯의 누룩”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신다. 이러한 뜻을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은 먹을 빵이 없는 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의론한다. 예수님은 이러한 제자들을 향해 알 수 없는 말로 이들을 책망하신다. “왜 너희가 빵이 없는 것으로 의론하고 있느냐?” ‘의론하다’는 뜻의 διαλογίζομαι는 제자들이 서로의 탓을 돌리면서 감정적으로 싸우고 있는 상황을 의미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제자들이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부적인 해결 방안과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의론하고 있었다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배가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에게 있는 돈으로 근방에서 먹을 것을 가장 빠르게 구할 방법들을 의론하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이들에게 돈이 부족했다면 돈을 구할 방법을 의론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들에게 환대를 베풀어줄 힘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 도움을 구할 방법을 의론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의론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와 동일한 사건이 바로 직전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러한 태도는 이해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예수님이 오천 명을 먹인 사건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이라고 말씀하셨고, 이에 제자들은 곧 바로 이들을 먹일 수 있는 돈과 빵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 결과는 불가능이었다. 그러자 예수님은 소년의 도시락을 통해서 오천 명을 먹이시고 12바구니를 남기셨다. 이일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제자들에게 다시 배고픈 상황이 동일하게 펼쳐진다. 그것도 기적을 경험한 직후에 말이다. 이들의 반응은 과거와 달라졌을까?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이들은 계산기를 누르고 이들이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의론한다. 


기적은 일상이 될 수 없고, 배고픔은 일상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이들이 해 왔던 일상의 방법으로 다시 돌아간다. 너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지만 예수님은 이것을 제자들과 우리에게 경계하라고 경고하신다. 이것이 바리세인과 헤롯의 누룩이라는 것이다. 우리 안에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곰팡이 균, 적절한 환경과 조건이 만족되면 언제나 다시 나타나는 일상의 곰팡이 균이 바리세인과 헤롯의 누룩이다. 기적은 일상의 조건을 해결하기 위한 일상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들과 우리가 공통적으로 이해하는 합리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러한 우리의 상식을 뒤집어엎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신다. 


“여전히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느냐? Οὔπω συνίετε”(21절) 


“기적이 일상이 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신앙이며 믿음의 실체이다. 그러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기도와 말씀 묵상의 자리가 우리의 선택과 합리적 사고, 친구와 사람을 찾아가 지혜를 빌리고, 인터넷과 도서관을 뒤지며 방법을 찾는 것, 친분있는 사람의 힘에 기대려고 하는 것 보다 언제나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바리세인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은 우리 안에서 적절한 기회를 노리며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를 도전하는 질문, “기적이 일상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