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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의미』 Why Study the Past? -로완 윌리엄스 Rowan Williams -

『과거의 의미』 Why Study the Past? -로완 윌리엄스 Rowan Williams -(이춘성)

 

 

 

약 14년 전인 2006년, 나는 미국의 크리스체니티 투데이(Christianity Today)의 교회사 부분 올해의 책 최종 후보에 오른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의 책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들여 어렵게 완독 할 수 있었다. 이후 윌리엄스의 책은 오랫 동안 한국에 번역되지 않고 있다가 최근 2~3년 사이에 여러 출판사에서 그의 책이 번역 출판되고 있다. 올해에도 몇 출판사에서 그의 책들이 나온다는 소식이다. 때마침 14년 전에 읽었던 그의 책이 작년에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의 의미』를 구해 이틀 동안 읽었다. 

 

최근에 나온 그의 신앙 기본에 대한 책이나 성경 묵상과 관련된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윌리엄스의 신학적인 능력이 응축된 탁월한 교회사 책임을 새삼 확인 할 수 있었다. 너무 오래전에 읽은 터라, 전혀 새로운 책을 읽는 듯 했다. 읽고 내린 결론은 이 책은 여타의 교회사 책들을 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진정한 교회사 개론이라는 것이다. 

 

많은 교회사 서적들은 사건을 나열하고 그 사이사이에 저자의 평을 붙이는 형태이거나, 교리사의 경우는 교리적 논쟁을 소개하면서 정통 교리가 어떤 논리적이며 신학적인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밝힌다. 그러다보니 교리나 과거의 역사가 지금 우리 교회와 어떤 연관성을 지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지금 우리가 속한 교회의 정당성과 불변성을 확인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만 소비된 경향이 있다. 이러한 근거 구절 찾기씩 읽기는 지금 우리가 속한 현제 교회만이 역사 가운데 단 한 번도 변질 되지 않은 유일한 정통 교회라는 편협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하여 주변의 다른 교단과 다른 전통을 지닌 교회들을 배제하고 정죄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구원이 없는 것처럼 매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교회의 역사는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교회의 역사를 아는 것은 우리의 무지와 무력함을 더 분명히 인식하게 만들어 하나님의 자유와 다가오심을 경험하게 한다는 사실을 여러 중요한 사건들(순교, 국교화, 종교개혁, 2차 세계대전 등)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초대교회로부터 종교 개혁, 현대 교회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들을 매우 쉽고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이러한 그가 제시하는 교회의 역사를 보는 두 가지 방법은 먼저 과거의 역사를 낯설게 보는 것이다. 이를 그는 역사의 타자성이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역사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일관성을 보는 것이다. 이 두 관점이 의미하는 바는 과거의 역사를 현대의 관점으로 무리하게 재해석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역사 속에는 여전히 불변하는 하나님의 교회를 향한 일하심이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관점을 통해 교회의 역사를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읽는 자에게 겸손한 자세를 취하게 하며, 또한 상대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멈추게 한다. 윌리엄스의 이런 태도는 초대교회 성도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세상의 나그네(거류민)로서 당시 사회의 타자로 보았다는 것에 근거한다. 타자의 시각은 모든 것을 낯설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언제나 본질을 질문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그는 타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낯설게 보지 않고 익숙하게 역사와 세상을 볼 때, 성도는 교회의 본질, 역사 속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일하심의 본질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