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진단이 바른 교회를 세운다.
『변하는 세상 영원한 복음』
이춘성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권수경 교수의 신간 『변하는 세상 영원한 복음』이 SFC 출판부에서 나왔다. 책을 구해서 지난밤에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지난 2권의 책은 내용에 있어 묵직함이 특징이었다면, 이번 책은 내용도 좋지만,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다. 평소 권수경 교수의 수업을 두 과목 들었던 터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옆에서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장성이 살아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총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알려진 현대 사회에 대한 진단, 두 번째는 과학에 대한 교회의 태도, 세 번째는 정치에 대한 저자의 진솔하고 정직한, 일부에서는 도발적인 표현도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진화론, 정치적 극우주의와 극좌의 극단적인 태도 등이 주요 비판의 대상이지만 이러한 현대의 사상과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무지 가운데 대응하는 한국 교회에 대해 안타까움이 잘 표현되고 있다. 저자는 서울대학 학부에서 철학을, 한국 고신 대원에서 보수 신학을 공부한 후, 미국의 예일 대학에서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최고의 학력과 실력을 지녔다. 그는 미국에서 목회도 20년 이상 지속했던 목회자의 심장을 지닌 학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책을 읽는 동안 그의 교회에 대한 사랑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미국 생활 때문에 아직은 한국의 신앙적 지형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은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 이유는 주로 비교 대상으로 지목하는 예들이 미국의 것들에 치우쳐 있다. 미국이 우리보다 약 10~20년 정도 더 앞선 논의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동성애, 낙태, 정치적 올바름, 여성주의, 정치 참여, 과학과 종교의 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은 우리가 지금 겪는 혼란을 겪어왔다. 이러한 미국의 상황을 소개받고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게 도와는 주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익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이 지나오는 과정을 동일하게 겪는다고 하여서 동일한 결론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은 단지 추측일 뿐이다.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만 지금 많은 신앙인은 다른 결과를 얻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는 어리석어 보이는 것들, 무용지물의 것들도 있다. 그렇다고 이런 몸부림을 모두 소용없다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른 대안이 무엇이냐이다. 그리고 저자에게 바라는 것은 그 넓은 해안으로 그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아쉬움은 그 답이 교회를 교회답게 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정답뿐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제기한 수많은 문제 제기와 그에 대한 동의에도 불구하고 결론에서 맥이 풀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지. 존경하고 사랑하는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처한 문제의 심각성을 더 깊이 알게 되었으나, 더 큰 무게의 짐을 지는듯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과 그래서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면 이 책은 그 목적을 다했다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의 문제를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매우 유익하다. 정확한 진단이 바른 처방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면 조금 부족하다. 아마 다음 세대와 교회를 위한 대안은 우리 모두의 몫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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