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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윤리 일반

몸에 대한 바른 이해는 기독교 윤리의 출발점이다.(네 몸을 사랑하라)

몸에 대한 바른 이해는 기독교 윤리의 출발점이다.

-네 몸을 사랑하라-

이춘성 목사(고신대 일반대학원 기독교 윤리학 박사과정)

 

 

낸시 피어시(Nancy Randolph Pearcy)의 책 『네 몸을 사랑하라』Love Thy Body 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십계명의 요약인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를 패러디한 제목이다(눅10:27). 피어시는 제목을 통해 몸을 사랑하는 것은 십계명처럼 기독교의 핵심 진리라는 것을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서 몸의 중요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근거는 예수님께서 죽으시고 몸으로 부활하셨다는 사실에 있다. 만약 물질로 구성된 몸이 거룩하지 않다면 예수님이 다시 몸으로 부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인간은 종말의 때에 몸과 함께 부활한다(요5:29). 기독교는 몸을 영혼과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으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몸은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모두 하나님의 형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몸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투자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몸을 정신을 담는 그릇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근거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금도 산전 검사를 통해 장애가 예상되는 수많은 태아들이 합법적으로 낙태당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비정상적인 정신을 지닌 몸은 그 자체로 무가치한 생명이라는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모의 의지에 따라서 22주 이하의 태아를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난 4월에 이었던 헌재 재판관들의 판결과 권고는 태아가 자기 결정을 표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 발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과 동일한 신체를 지녔을 지라도 인간으로 인정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또한 현대의 많은 젊은이들은 남녀 사이의 성 관계를 단순한 물질의 화학 반응으로 이해한다. 섹스는 어떤 약물을 섭취하고 일정 시간 기분 좋은 경험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더하여 과거에는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을 생물학적, 유전적인 선천적인 요인에서 찾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요소들은 그리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다. 누군가 심리적으로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면 생물학적으로 남자의 몸이라 할지라도 그는 여성이 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는 그가 원한다면 의사는 그에게 여성의 몸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볼 때, 성 정체성의 결정은 오로지 정신과 심리에 따른 자기 결정에 달린 것이다. 현대에 몸은 정신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변형되고 때에 따라서는 폐기 될 수 있는 가치 없는 물질에 불과하다.

낸시 피어시는 인권을 주장하며 몸을 무가치하게 대하는 현대의 성과 생명 사상과 윤리를 향하여 과연 그들이 인간을 전인적인 존재로 이해하고 진정 사랑하는지 반문한다. 더 나아가 피어시는 그들의 주장의 논리적인 결과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 결과는 인간 폐지이다. 그 시작은 태아와 노인의 몸의 폐지일 것이며, 그 끝은 정당한 대가를 치렀다는 명분을 내세워 타인의 몸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기의 정신을 위한 소모품으로 폐지하는 것이다. 결국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은 철저히 파괴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네 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독교 윤리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