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신학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
정치 집단에 선악이 있을까? 더 근본적으로 정치에 선악이 있을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정치신학을 매력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적인 문제를 신학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이해한다면 좋지만 '정치'와 신학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 용어라고 난 생각한다.
'정치'란 이를 행함에 있어 방법론, 폭력과 수치, 거짓, 음모 등의 수단에서는 윤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정치의 입장이란 정치 본연의 의미에서는 이들의 진영을 도덕으로 가를 수 없다. 단지 입장일 뿐이다. 왜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느냐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딱 떨어지는 수학적 공식으로 세상의 문제들에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이를 타락(신학적이며 윤리적)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다 노골적으로 인간의 죄 문제로 세상이 심각하게 왜곡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죄의 문제라면 옳은 정치적 입장과 옳지 않는 정치적 입장이 문명하게 존재하는 것 아닌가? 정치는 윤리의 문제 아닌가?
이점에서 심각한 오류가 생긴다. 세계사를 보면 정치와 종교가 결탁할 때, 각각의 정치적 입장들이 더 극단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종교가 윤리적인 정당성을 확보해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윤리적인 정당성이 없이 담대하게 행동하고 말하며, 극단의 언어와 행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종교 전쟁이란 말이 있듯, 이런 명문의 전쟁은 항상 참혹한 결과를 낳는다. 현대에는 전통 종교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새로운 유형의 종교가 생성되었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는 정치 자체의 종교, 경제, 과학이라는 물질 자체의 종교이다. 그리고 여전히 전통 종교도 그 힘을 상당히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종교는 정치에 도덕적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다시 질문에 답하면 기독교는 세상의 왜곡을 죄를 원인으로 지적하지만 동시에 이 문제를 인간은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는 불 해법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오직 하나님의 아들 성자 예수와 성령, 성부인 하나님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기다린다. 기다린다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더 썩지 않는 소금의 역할, 더 어두워지지 않게 하는 등의 역할을 의미한다. 근본적으로 썩지 않게 하기 위해 전 세계를 냉동고로 만들거나, 영원한 방부제를 만들지 않는다. 태양이 되려하지 않고, 태양을 만들려 하지도 않는다. 소극적으로 보이겠지만 좀 더 낫은 세상을 만들려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덜 나쁜 세상을 유지하는 것이 기독교인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한다. 이 둘의 차이는 매우 다르다.
위와 같이 기독교인에게 정치는 세상과는 다른 이유로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다. 정치의 문제를 도덕적인 문제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지만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입장을 어느 하나에게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각자의 입장에서 한 가지 목적, "어떻게 하면 덜 어둡게 할까, 어떻게 하면 덜 썩게 할까?"라는 근본적인 신자의 질문을 가지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신자의 정치 참여를 보장한다.
그러나 참여를 보장할 뿐 이것이 신학이 되거나, 도덕이 될 수 없다. 이 둘이 결속할 경우 심각한 극단적 현상(극우, 극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신학은 좌우가 아니라 이 둘을 포괄하고 인정한다. 이 둘 다 극단에 서지 않고 나름 세상을 위해 일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둘 모두 문제를 해결하고, 흠 없는 세상을 결코 만들지 못한다는 현실주의가 바로 기독교의 정치 개념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신학은 어떤 한 편의 정치 입장을 지지하는 논리와 윤리로 작용 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종교)는 모두 정당한 방법, 정의로운 게임의 룰을 지키도록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신학, 종교 자체가 정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일어나는 정치 현안에 대해서 특히 교회(종교)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목사가 정치 자체에 편을 들고 나서는 행동은 어떻게 봐야 할 까? 난 좀 보수적인 입장에서 목사의 타이틀을 때고 정치가가 되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인터넷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개인의 자격으로 말하는 분들도 자제하시면 좋겠다. 목사는 목사가 된 후로 이미 단순한 개인이 아니다. 설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떤 정치 입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잘못하면 논리 없는 비판이 될 수 있다. 정치 입장이란 그 입장 안에서의 논리가 분명하기에 상대의 논리로 비판하기란 어렵다. 우리가 비판하려면 이들의 도덕적 태도에 대해서 비판해야 하며, 명백한 반사회적인 입장에 대해서 비판해야 한다. 이것은 좌우에 모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악의 축인 것처럼 대하는 태도는 목사의 말에서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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